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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일기

나의 <여자혼자여행> 취향, 여성 전용 에어비앤비 숙소

by 인생탐험가 2023. 7. 25.

 

  30대에 들어서며, 혼자 여행하는 것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꽤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혼자 여행을 가 본 적이 많지 않았다. 때는, 2022년 연말, 지인들은 남자친구와 시간 보낼 것을 예상하여 그 전 주나 그 전전 주에 약속을 잡았고, 정작 남자친구는 연말에 일을 해야해서 나의 연말은 여유로웠다. 연말을 집에서만 보내기 싫었던 나는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한창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의 성공율이 높았던 시기라, 자신 있게 에어비앤비 앱을 켰다. 여성 전용 숙소를 발견했는데, 심지어 호스트의 소개글도 눈에 끌었고, 주택의 통창으로 보이는 사계절이 아름다웠다. 2박 3일로 예약했다. 해당 숙소는 안성에 있고, 에어비앤비에서 '아니타홈'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소개글에 따르면, 호스트는 주택 인테리어에 관심 많고, 정원 가꾸는 일, 보태니컬 그림 그리는 취미를 가지고 있으며, 집이 크고 방이 남아서 에어비앤비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 일을 통해 단순 숙박업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을 하면 꽤 멋질 것 같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호수 뷰 룸, 박공지붕 룸, 스윗스윗 룸, 프렌치 룸, 3층 투 룸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방을 하나 선택하면 된다. 나는 박공지붕 룸을 선택했고, 도착해서 호스트는 '이 방이 가장 아늑하고 잠이 잘 오는 방'이라고 하였다. 첫째날은 늦은 저녁에 도착한 탓에 방에서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 든 생각은 '잠 정말 잘잤다!'였다. 이렇게 잠을 잘 자본 적이 언제였지 싶다. 물론 나는 평소에도 잠에 금방 드는 편이고 외지에 가서도 잠에 쉽게 드는 편이다.

  다음 날 아침, 호스트는 '잘 잤어요?'라고 물었고, '저 정말 잘 잤어요. 정말 정말로요. 하나도 건조하지가 않았어요.'라고 답했다. 호스트는 '아마 그랬을 거예요. 우리 집은 온도로 습도를 맞춰요. 히터를 강하게 틀지 않고 적정 온도를 유지하면, 수면에 좋은 습도가 저절로 유지돼요'라고 했다. 이 날 이후, 나는 집에 온도 습도 측정계를 당장 구매해서 사용했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부엌이 있어 저녁을 직접 해 먹으면 되고, 아침은 호스트가 제공한다. 신선한 야채에 배, 샐러드 소를, 바게트를 곁들여 제공해주셨는데 정말 건강한 아침이었다. 그리고 호스트는 '아침 먼저 먹어요.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미지근한 물 두 잔을 천천히 마시는 습관이 있어서'라고 하셨는데, 이 날 이후 나도 이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아침에 미지근한 물을 먹으면 몸을 천천히 깨우면서 활동을 시작한다는 알람을 주는 듯한 느낌이 들고, 위장이 따뜻해지며 배변활동에도 도움을 준다. 

 

 

 

 

  나는 '휴식'을 하고 싶어 이 숙소를 선택했기 때문에 밖에는 나가지 않았다. 집에서 책을 읽고 쉬는 것이 목적이었다. 호스트는 근처 지역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을 오늘 안에 한 권 끝내는 것이 목표라고 하시며 계속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셨고, 나도 그 옆에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이 일을 하시게 되었는 지, 그 전 젊으셨을 때는 무슨 일을 하셨는 지, 그리고 이후에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 지 등이었다. 나도 결혼을 앞두고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나눴고, 여행 경험 등, 반려동물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정말 편안했다. 

 

 

 

  집 곳곳에는 호스트의 손길이 닿아있다. 가구 하나, 책 하나, 그림 하나, 호스트의 손길이 안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이러한 호스트의 취향을 엿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나만의 취향이 생긴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밤 풍경도 멋졌다. 날씨는 추웠고, 모든 게 꽝꽝 얼었지만, 집은 따뜻하고 아늑했다. 저 통창을 통해 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 모두 멋질 것이 분명했고, 아침, 낮, 밤에 보여주는 풍경도 모두 색다르게 좋았다.

 

 

 

 

  2023년 1월 1일을 맞아 해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근처 언덕 위로 올라가니 동네의 풍경이 한 눈에 담겼다. 비록 선명한 해를 볼 수는 없었지만, 다른 게스트와 함께 따뜻하게 둘러 싸매고 일출 시간에 맞춰 언덕에 올라간 시간은 새해를 시작하는 기분을 선명히 주었다. 

 

 

 

 

 

  이 숙소에서의 기억은 나에게 하루 하루 지낼 힘이 되어 주었고, 지금도 문득 문득 생각이 나기에 언젠가 또 방문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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