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용리단길에서 데이트를 한다면, 이렇게 한다!
그냥 맛집, 예쁜 카페 가는 것도 좋지만, 여기에 몇 가지 취향도 더하면 완벽해진다!
얼마 전 금요일 저녁, 지인 모임을 신용산역 쪽에서 했는데 깜짝 놀랐다. '모든 식당에 웨이팅이 있다고?' 맛집이라고 알려진 곳이더라도 30분 이상은 기다리지 않는 편이라, 웨이팅이 적은 식당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나와 지인들은 '요즘 삼각지 쪽에 능동미나리라고 유명하다던데? 거기 한 번 가볼까?' 했는데, 그냥 한 번 가볼까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일찍 퇴근한 탓에 1시간 먼저 도착해 웨이팅을 걸어두면 충분하겠지 했으나, 웨이팅 33번을 받고 2시간 후에야 입장 가능 연락을 받았으나 우리는 이미 다른 식당을 찾아간 후였다.
아무튼 지인 저녁 모임을 계기로 '용리단길의 핫함(?)'을 알게 되었다. 1년 전에 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뜨겁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 사이에 새로운 가게들이 줄이어 오픈하고, 주변 홍대나 연남동 등 다른 지역에 있던 가게들도 용리단길로 이사온 경우도 꽤 있었다.
얼마 후, 전 회사 직장 동료와 신용산역에서 주말 약속을 잡았다. MBTI 'j'인 나, 그리고 대문자 'J'인 지인이 만나 그런지 용리단길에서의 하루는 다양한 곳을 들리면서도 빡빡하거나 바쁘다는 인상 없이 착착 흘러갔다.
14:00 ~ 핍스 홈
15:30 ~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16:15 ~ 고어플랜트
16:30 ~ 타파코파
1. 핍스 홈(Phyps Home)
핍스 홈은 단순히 '카페'라고 하기엔 '멀티 브랜드 스토어(Multi-brand store)'이기도 했고, 음료와 물건만 판다고 하기엔 전시장이기도 했다. 1층에서는 음료를 즐기고, 지하 2층에서는 전시를 감상할 수 있으며, 2층에서는 핍스홈에서 셀렉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다. 직원들은 친절했고, 2층에 올라가니 또 다른 직원이 인사를 건네며 궁금한 점들에 대해 친절하게 답변해주었다.
마침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도 있다며, 안내해 주었는데, 음료 사진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고 #핍스홈, 그리고 #페리에코리아를 태그하면 되는 것이었다. 내 집이 생긴 이후, 물건을 들여놓은 곳이 있어 밖에서 마음에 드는 것은 사오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짐이 쌓여 버리고만 싶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공짜라 하더라도 물건을 가져오는 것에는 신중해졌다. 페리에 유리잔은 합격! 가져와서 야무지게 그 다음 날 바로 수박 주스 한 잔을 만들어 먹었다.
음료 한 잔을 하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1층이 'Theatre'라고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에 크기가 어느 정도 될 줄 알았는데, 2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전시도 상설 전시가 아니라, 그 때 마다 새로운 작가들의 전시를 들여놓거나 하는 것 같았다. 전시 규모에 살짝 실망한 것은 3초 정도 였고, 그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생각을 하고 꽤 얕지 않은 감정을 느끼고 갈 수 있었다.
<이건 내 숨구멍>이라는 제목의 전시였고, 사랑을 시작하고, 하고, 끝내고, 그리고 그 이후 혼자 남아 견디는 과정을 표현했다. 전시를 보고 든 생각은, '이 작가, 그 사람을 정말 많이 사랑했었나 보다'라는 생각이었다.
2.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혹시 쌤 전시 좋아해요?"
지인이 약속 장소에서 만나 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저 전시 좋아하죠."
"보내준 리스트 중에 전시가 있길래, 쌤이 전시회 좋아하는 것 같아서 근처 아모레퍼시픽 전시를 3시반에 예약해놨는데 괜찮아요?"
소문자 isfj인 나와, 대문자 ISFJ인 지인의 만남이라 그런지 하루가 너무 편안했고, 저렇게 나의 취향을 반영해서 미리 예약까지 해준 지인에게 감동을 받았다. 시간적 여유가 많은 편인 내가 이 날 어디를 가면 좋을지 여러군데를 찾아서 지인에게 보냈는데, 지인은 내가 보낸 리스트들을 보더니 나의 취향을 발견하고는 그에 맞는 전시까지 알아봐 예약해준 것이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일부를 모두가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미술관인데 현대 미술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내가 찾은 공통점이라면 작품들 모두가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주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그냥 훑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 작가의 의도를 읽고 느끼며 감상하기에 좋은 작품들로 가득하다.
공간 곳곳에서 느낀 감동 포인트가 하나 둘이 아니었는데, 지하 미술관은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화장실 입구, 엘레베이터 버튼, 소화기, 벤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 등이 모두 하나의 작품처럼 미술관과 그 결을 맞추고 있었다. 간결하면서도 아름답다는 인상을 주는 섬세함이 돋보였다.
3. 고어플랜트
나는 어느 지역을 가면 항상 식물이 있는 곳과 소품샵을 찾아 간다. 'OOO 식물', 'OOO 소품샵' 등과 같이 '삼각지역 식물', '삼각지역 화훼농원', '삼각지역 소품샵' 등과 같이 검색해서 그 곳들을 찾아 간다. 예를 들면, 제주도에서도 '협재 소품샵'을 검색하면 협재 해수욕장을 따라 10개 이상의 소품샵이 나오는 데, 이런식으로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꿀팁이다.
고어플랜트는 1년 전부터 가고 싶어 북마크를 해두었던 곳인데, 드디어 방문했다. 희귀 아프리카 식물들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아프리카 식물들은 낯설었는데, 방문해서 보니 하나같이 예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이 식물은 어떻게 이런 모양으로 자라지?', '식물도 모양이 정말 다 다르게 생겼구나' 같은 생각이 가득이었다.
식물을 좋아하는 나를 따라, 남편도 최근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딜 가서 식물 하나 사려는 나를 말리던 남편은, 최근 마트에 갔다가 식물 코너에서 식물 몇 개만 데려가면 안되냐며 2개를 고르더니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입이 많은 식물을 좋아하는 나와 달리, 다육이를 좋아하는 남편도 좋아할 것 같다, 한 아이는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사장님 너무 친절하시고, 사장님은 전직이 디자이너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게 곳곳에 사장님의 손길이 묻어 있었다.
지난번에 희귀 식물전에 한 번 갔다가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아프리카 식물이라면 가격도 저렴하지는 않겠거니 했는데, 모두 부담 없는 가격이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화분에 분갈이 해서 포장해주신다.
4. 타파코파
스페인 음식점이다. 문어요리, 핀초 요리 등이 있고 주류는 와인 바틀과 글라스, 스페인 레몬 맥주 등이 있다. 음식이 모두 맛있고, 양이 적어 보이지만 먹으면 포만감이 많이 드는 음식들이다. 요리가 나왔을 때 직원이 어떤 음식인지 하나 하나 설명을 해주셨고, 중간에도 잔에 물이 비면 물을 알아서 채워주시고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식사는 맛있는지 물어봐주시는 세심함이 있다.
문어 요리에 들어간 소스는 로메스코 소스이고, 파프리카와 토마토, 올리브유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소스라고 하셔서 집에서도 한 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검색해보니, 구운 파프리카와 토마토, 볶은 아몬드, 그리고 기타 재료인 올리브유와 마늘, 파마산 치즈 가루를 넣고 한 번에 믹서기에 갈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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